판도라의 상자. 꼭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판도라라는 이름이 유명하죠. 실제로 최근까지 MBN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중에도 '판도라'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습니다.
오늘은 판도라와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판도라는 누구인가?
판도라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신 제우스가 인간 세계에 내려보낸 최초의 여자입니다. 이 이름, 판도라의 의미는 '모든(pan) 선물(dora)을 다 받은 자' 라고 합니다. 그녀는 올림포스 12신으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아 완벽한 여자로 탄생했습니다.
외모는 헤파이스토스가 여신의 형상으로 직접 만들었고, 아테나에게 베짜는 기술과 허리띠의 치장을, 아프로디테에게는 매력과 상념을, 헤르메스에게는 영리함을, 카리테스 여신과 페이토여신에게는 황금 장신구를 받았다고 하네요.
정말로 많은 신들에게 많은 선물을 받은 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티탄 신의 하나이자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어떤 선물도 받지 말라고 당부했었지만, 그런 형의 당부를 잊을 만큼 판도라는 아름다웠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그렇다면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요?
신들에게 수많은 선물을 받은 판도라는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에게도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호기심이었는데요. 그런데 호기심 말고도 판도라가 받은 선물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상자였죠.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주면서 절대 이 상자를 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러니 한 점은 호기심을 준 제우스가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자를 선물로 주고는 열어보지 말라고 했다는 점인데요.
어쨌든 판도라는 처음에는 이 말을 잘 지킵니다. 하지만 제우스에게 받은 호기심은 너무나도 강렬했고 결국 상자를 열게 됩니다. 과연 그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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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와 심리학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까지도 '판도라'라는 이름이 잊히지 않고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것이죠. 또한 그녀의 이야기는 교훈을 주고 심리학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유명한 '판도라 효과'를 소개하겠습니다.
판도라 효과(Pandora effect)란 사람들이 좋을 게 없는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눈앞에 있는 상자를 열어서 호기심을 충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경향성을 말합니다. 판도라 효과는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시가 명명하였고, 보웬 루안 박사와 실제 실험으로 이를 밝혔습니다.
연구자들은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을 빨간 볼펜 5자루와 초록 볼펜 5자루가 놓여있는 책상 앞에 앉혔습니다. 그리고는 실험이 곧 시작될 것이며, 책상 위의 볼펜들은 이전 실험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빨간 볼펜은 무해하지만 순간 고통스러운 전기충격이 오는 볼펜이고 초록 볼펜은 아무런 충격이 없는 볼펜임을 알려주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연구자들은 두 번째 그룹에도 똑같은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단, 이번에는 노란 볼펜 10자루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에게 이 노란 볼펜 10자루 중 다섯 자루는 무해하지만 순간 고통스러운 전기충격이 오는 볼펜이지만 어떤 볼펜이 전기 충격이 오는 볼펜인지는 모른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자리를 떠났죠.
참가자들은 곧 실험이 시작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볼펜은 자신들의 실험과 상관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실험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동안 볼펜을 만지작 거리고 버튼을 눌렀죠. 눈치채셨겠지만 사실은 이것이 진짜 실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어떻게 발현할까를 볼펜 버튼 누르기를 통해 알아본 이죠.
실험 결과,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버튼은 3.04회 눌렀습니다. 1.3회는 녹색 볼펜을, 1.74회는 충격이 있는 빨간 볼펜을 눌렀죠. 한편, 불확실한 상황인 노란 볼펜의 경우 평균 5.11회 볼펜 버튼을 눌렀습니다.
즉, 전기충격이라는 결과가 있을 수 있는데도, 정보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노란 볼펜의 버튼을 더 많이 누른 것입니다(추가적인 후속 실험은 더 엄밀하게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역시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무리
판도라의 상자도 그렇고 연구결과도 그렇고...이렇게만 보면 호기심은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판도라 효과를 밝힌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충족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보가 넘치는 현대사회에서 부작정 정보를 추구할 때 일어나는 위험성도 알고 주의해야 함을 보여줍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사람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 분명한 데, 그걸 누르기만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것에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압니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도 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남겨서 이미 이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마지막에 '희망'이 남아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희망'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조금 더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